나는 잔잔한 파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.

해가 쬐나 비가 오나 조용히 모래밭에 무늬를 남기고 바다로 돌아갔다가 항상 돌아오는 파도처럼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꾸준하게 해 나가면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.

들으면 편안해지는 물 부서지는 파도 소리처럼 남들에게 듣기 싫지만 꼭 해야만 하는 말도 요리조리 잘할 수 있는 그런 사람.

웅장한 파도처럼 나 여기 있소 하고 뽐내지 않아도 깊은 생각이랑 현명함이 아우라로 느껴지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.

나는 자주 바다를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현재 내 심리 상태를 생각하고 나 자신이 온 길을 뒤돌아보곤 한다. 어쩌다 보니 바다 근처에 살게 되어서 날씨가 좋은 날 바닷바람을 쐬는 걸 좋아한다.

난 좀 특이하다. 감성적이라 한여름 따뜻한 해변도 좋고 겨울 바다에서 혼자 껴입고 쓸쓸해하는 것도 좋아한다. 뭐 그렇다고 해서 감정 기복이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다. 예전부터 충동적인 생각이 들 때면 조용히 속으로 내 자신을 타이르는 게 습관이 됐으니까. 윽박지르거나 욱해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 같은 행동도 안 한다. 하지만 내 자신이 엄청 순하지는 않다. 자존심도 있고 고집도 남 못지않다.

겨울철이었던가. 슬픈 책을 읽다가 해변 옆 벤치에서 썬글라스 끼고 펑펑 우는 걸 취미로 여긴 적이 있다. 몇 주말을 계속 그랬던 것 같다. 우울하거나 슬퍼서가 아니었다. 그냥 하루하루 살면서 힘들거나 괴로운 게 차근차근 쌓이는 기분을 알 것이다. 이럴 때는 영화나 책으로 안에 있던 안 좋은 감정을 모아서 눈물로 끄집어내는 게 좋아서였다. 나는 영화관에서도 우는 걸 좋아한다. 그럴 수 있게 해주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고마워하고, 감동하고, 공감한다. 영상으로, 음악으로, 말로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재주이다. 나도 직업을 통해서, 취미를 통해서, 행동을 통해서 그런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.

이제는 혼자가 아니어서, 곁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서, 아름다운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, 외롭다는 개념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이다. 단지 가끔 계획 없이 어디론가 나가 그냥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옛 생각이 들 경우도 있을 것 같다. 뭐, 단순히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. 그치만 이런 충동적인 방황은 일시적인 거란 걸 나는 잘 안다. 철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이렇게, 나는 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성숙해지고, 내 자신을 배워간다.